36편 ) 태국여자친구를 떠나 평택에서 노가다하기
평택에서의 첫 날밤이 지났고 알람소리에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우리는 첫 날이라서 안전교육을 받으러 갔다.
아파트 현장은 안전 교육이 빡세지도 않고
굉장히 빨리 끝난다.
이것 저것 기본적인 서류들 사인하고 간단한
안전교육 설명 듣고 20분도 안되서 끝났다.
K형은 전 날 현장에 자재를 보러 갔었는데
돌아올때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차
안에 가지고 다니던 전동 킥보드를 타고왔다
안전 교육이 끝나고 우리는 전 날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놓고 온 K형의 차로 갔다
띠기를 하는 사람들은 공구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해야 했었는데
예전에 팀을 이끌고 일을 했던 K형은
공구들을 여러개 가지고 있었다.
사실 드레스룸 시공일은 특이사항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임팩(전동드릴)만 쓴다.
형의 차 안에는 디월트, 보쉬, 마키타가
여러개씩 있었는데 우리는 둘 다 보쉬를
하나씩 꺼내 들고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고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드레스룸시공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공정 초반에 지하주차장에서 포스트조립
2. 조립된 포스트와 선반을 각 세대로 양중
3. 세대마다 다니면서 드레스룸과 주방펜트리
그리고 세탁선반을 시공하는 일이다.
지금은 공정 초반이라 지하주차장에서
포스트조립만 주구장창 하는데
K형과 나는 이걸 지원하는 일이였다.
현장마다 그리고 경력마다 단가가 달라진다
나는 몇 년 전에 K형 밑에서 알바하면서
대부분 마스터해서 K형이 단가를 높여놨다
포스트 조립은 걸리는 선반 갯수만큼
날개를 포스트에 피스로 박는 일이다.
여기 현장에서는 포스트 갯수당 1800씩
받기로 했다.
포스트 조립은 너무 늦어버리면 양중과
시공도 밀리기 때문에 빨리 해야 된다
반대로 엄청 빨리하면 다른 사람들의
일감도 뺏어먹을 수 있어서 빨리해야 좋다
형과 나는 도착하자마자 버려진 각목과
나무 판자들로 테이블부터 만들고
도면을 보면서 기둥의 날개가 박히는 위치의
테이블 위에 피스를 박아서 막아놨다.
(이렇게 해야 일일이 길이를 안 재고
빠르게 조립을 할 수 있다.)
우리 둘은 포스트 조립할 땐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점심도 먹지 않는다
다만 형은 주식을 보러 한 번씩 나갔다온다
(공사장 지하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된다)
저렇게 한 번씩 나갔다와도 형은 나보다
훨씬 빨라서 작업량이 나보다 많다
보통 나는 하루에 200~250개를 하는데
형은 300개 이상을 한다.
1800X300= 540,000원 형의 하루 일당이다
일당이 많아 보이지만 형은 저 돈을 모아
빚을 갚으려는게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고
주식으로 버는 돈으로 빚을 갚고 있다.
형은 주식을 할 때 건설일로 받는 돈은
장투나 스윙을 하고 거기서 불린 돈으로
단타를 한다.
가끔씩 나에게 차트와 여러가지 재료들
사람들의 심리등을 설명하면서 보여줬고
형은 단타로도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형은 가끔 주식을 보러 나갔다 와서 나에게
단타로 하루 일당 벌었다고 할 때가 많았다.
나는 주식을 배워보고 싶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다른 아저씨들은 함바집에
식사를 하러 가셨는데 형과 나는 빵과
우유로 대충 때우고 잠시 쉬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니 P가 전 날 내가 평택에
가는 동안 M과 함께 놀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 왔다.
사진이 여러장 있었는데 타지에 있는
내가 그녀를 잊지 말라고 아니면 나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예쁘다고 해줬다.
그리고 다시 빡세게 일을 했고
5시쯤 되자 다른 아저씨들은 퇴근을 했다.
형과 나는 시간이 되어도 조립하고 있던
동의 분량을 다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어차피 작업량 만큼 돈을 버는 거라서
퇴근을 조금 늦게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테이블이 낮은데 쉬지 않고 계속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해서 그런지 허리가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