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편) 병원에 입원해서 이별을 통보 했는데 말 없이 찾아 온 태국여자친구
병원에 입원해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치료받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아 졌고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 잘 다니다가 퇴사하고 공인중개사따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작은 식당 인수했다가
말아먹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었고
외국인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고 이젠 건강까지 잃었다.
병원에 몇 일 있다보니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고 팔 다리 부러진 것과는
다르게 무릎 연골 찢어진 것과 허리는 평생
갈 것 같았다.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당시 내 처지에 절망스러웠다.
그런 고민들을 하다가 P에게 연락했다.
P도 내가 다쳐서 입원을 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다쳐서 검사를 위해
입원한 줄 알고 있었다.
나는 P에게 번역기를 돌려가며 태국어를
열심히 번역해서 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내용은 내가 크게 다쳐서 이제는 나
하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도 막막하고
너를 못 챙겨줄거 같은데 너도 빨리
나를 잊고 널 위한 인생을 살길 바라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그런 내용들이였다.
P는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화는 하지 않고
우는 모습의 이모티콘들과 함께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말했다.
나는 디스크가 터진 건 아니지만 돌출된
디스크를 외부요인으로 인식해서 몸에서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며 항생재가 들어있는
링거를 계속 맞았었고 약도 쎈걸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하루 종일
잠에 취해있었다.
저녘 식사도 잠을 자느라 먹지 못 했다.
조금 늦은 저녘에 일어났는데 P에게
전화가 10통 넘게 와있었다.
그리고 메세지들도 수 십개가 와있었다.
메세지를 읽고 있는데 P에게 전화가왔다.
영상통화였는데 전화를 받자 P가 울었다.
나는 P에게 울면 머리가 아프니까 울지
말라고 말했다.
P는 우리 진짜 헤어져야만 하냐고 물었고
나는 헤어지기 싫지만 서로를 위해서
헤어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P는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며
병원이름과 주소를 알려달라고했다.
나는 알려주지 않았고 많이 졸리다며
전화를 끊었다.
바로 P에게 전화가 다시 걸려왔지만
무음으로 돌리고 받지 않았다.
그렇게 P의 연락을 피하며 2주가 흘렀다
상태가 아주 심각한 건 아닌데다 나이가
어려서 회복이 빠를 거라던 의사선생님의
말과는 다르게 허리주사도 맞아가며 2주가
흘렀는데도 통증이 여전했다.
특히 앉아 있을 때가 너무 아파서 항상
침대에 누워있었다.
허리디스크 한 번 걸리면 후유증도 있고
재발이 자주 되서 평생 조심해야한다는 인터넷
글이 많았기에 공인중개사나 힘을 쓰는
노동일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할 것도
없어서 주식만 했었는데 조금 이득을
보게 되면서 앞으로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는 물리치료를 받으며 주식을 보다가
P에게 걸려 온 전화를 실수로 받았다.
오랜만에 P의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그래서 바로 끊으려다가 인사를 했다.
P는 왜 그동안 연락 안 받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안 받았다고 했다.
자기가 안 보고싶었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게 보고싶었다고 대답했다.
P는 어떤 치료를 받는지 궁금해 했고
나는 물리치료받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금 이야기 하다가 전기치료기를
떼어주러 간호사가 들어와서 전화를 끊었다.
매일 아침에 물리치료 받고 나서 자고
오후에도 물리치료 받고 자는데도
저녘엔 잠이 쏟아진다.
이 날도 자다가 저녘을 못 먹었고
의자에 식사가 놓여져 있었다.
일어나서 어그적 걸으며 화장실에 갔다가
1층까지 내려가서 담배를 폈다.
(아무리 아파도 담배는 피웠다.)
다시 병실로 와서 누워있는데 또 잠이 왔고
그렇게 한참 누워서 자는데 누가 나를
건드는 느낌에 간호사가 혈압 재는 줄 알고
다시 자려고 하는데 나를 흔들었다.
천장에 취침등도 있고 내 침대가 문 옆이라
복도 불빛이 환한대 자다 일어나서 흐릿한
시야로 누군가 서있는걸 보고 섬뜩했다.
몇 초 뒤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
모습이 보였고 나는 잘못 본 줄 알았다.
P가 침대 옆에 서있던 것이다.
P는 영상통화 할 때 병원 이름과 로고가
적힌 장면을 캡쳐해서 사장님에게 어느
병원인지 물어보고 택시를 타고 찾아 왔다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었기에 P와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녀의 말을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는 나에게 배고프지 않냐며 물었는데
자다 일어나서 뭐를 먹기 싫었다.
그래서 편의점에 갔는데 P가 배고팠는지
이것 저것 샀고 병원로비로 돌아왔다.
육포 젤리 음료수 등을 샀던거 같다.
로비에서 사온 것들을 먹으며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많이 좋았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있었는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다.
나는 P에게 언제 갈거냐고 물었더니
자고 갈거라고 했다.
??????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P가 병실로
같이 돌아왔고 1인용 침대를 보면서
어떻게 누울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P를 돌려보내려다가 보조 침대를
꺼내어 주었고 P는 많이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베개도 담요도 1인당 1나씩이였는데
P가 괜찮다고 해도 불편하게 잘까봐
내 배게를 줬고 담요도 덮어 줬다
나는 침대커버처럼 깔아 놓은 담요가
1개 더 있어서 그걸 덮도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