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태국친구들과 또다시 술자리 그리고 태국여자친구의 오해와 이별 처음으로 여자에게 차여본 경험
태국여자친구인 T의 가게에 가지 않은지
어느덧 3주가 되가고 있었다.
라인으로 연라은 자주 주고 받았지만
T와는 가끔 저녘을 같이 먹는 때를
제외하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T와 나는 그녀의 휴무날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기다려졌다.
그 날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메세지로
어디를 갈지 뭘 할지 뭘 먹을지 등에
대해서 상의를 자주했었다.
T에게 새로운 태국친구가 생겼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었다.
나와 S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과의 관계가
일시적인지 유지될지 몰랐기도했고
굳이 이런걸 일일이 말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거 같다.
그런데 T와 만나기 전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져버렸다.
S와 S의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고 몇 일이
지난 이 날 나는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S에게서 전화가 왔다.
S : 오빠 지금 뭐해요?
나 : 집에서 쉬고있지
S : 나 친구들하고 술마시는데 올래요?
나 : 조금 피곤한데...
M, P : 오빠~ 안녕하세요
나 : 아,, 안녕?
M, P : 같이 술 마셔요 빨리 와요~
나 : 음,,, 알겠어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다음날 아침 T를
만나러 가야되서 몇 차례 거절을 하려했지만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T를 오랜만에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했고
다음날 일정을 고민하며 잠이 안왔기도했고
그녀들이 있는 장소가 집에서 멀지도 않아서
간단히 술을 마시고 돌아올 생각으로 나왔다
그녀들은 마사지샵 근처의 모텔에 방을 잡고
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사다 먹고 있었다
이 때는 잘 몰랐지만 몇 년간 태국친구들을
경험해보니 친한 친구들의 집에서 홈파티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모텔이지만
태어나서 처음 와봤다.
동네의 작은 허름한 모텔이다 보니
가격은 비싸고 방은 매우 허름했다.
띵동 띵동
나 : S 문열어줘
S : 알겠어요~~
나 : 사와디캅
S P M : ㅋㅋㅋㅋㅋ 싸왓디카
내가 태국어로 인사를 건네자
3명 모두 꺄르르 웃어댔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어눌하게 쓸 때
귀엽기도하고 재밌기도한데
반대로 내가 외국어를 했을 때
똑같은 느낌이였나보다
M은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아직까지도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낸다
이 당시에는 20대 초반이였고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한 서구적인 마스크였다
M은 항상 양손에 2개의 아이폰을 들고
핸드폰을 달고 사는 동생이였다.
그리고
최신 태국 스타일을 많이 알고 있었고
미용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S와 M에게
화장품이나 네일 등을 많이 알려줬다.
다만 이 당시에는 한국스타일을 아직
습득하지 않은 상태였는지 내가 보기엔
응답하라 1988이 자주 떠올랐다.
P는 나보다 2살 어린 친구였고
작은키와 튼실한 하체 동안형 얼굴에
굉장히 장난끼와 애교가 많아서 평소엔
M보다 동생처럼 보일때가 많았다
사실 마지막은 안좋게 끝났지만
P는 나의 두번째 태국인여자친구가 되고
1년 6개월이라는 내인생에서
가장 연애기간이 길었던 여자다.
이건 나중편에서 적어볼 예정이다.
우리 4사람은 술을 홀짝홀짝 마시며
태국식으로 술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먹기도 했고
핸드폰 어플로 악어이빨 뽑기나
사다리 타기를 해서 먹기도 했다.
베스킨 31게임이 태국에도 있다고해서
이것도 했었다.
태국 사람들 술 굉장히 쎄다...
나는 술을 좋아는 하지만 잘 마시는 편은
아닌데 이 친구들 얼굴색도 안변한다.
애초에 조금만 마시려고 했었고 술도
다 떨어져서 나는 집에 가려했으나
사장에게 손님이 왔으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S가 술을 사주고 간다며
호다닥 나가버렸다.
M : 오빠 피곤해요? 괜찮아요?
나 : 괜찮아 걱정마
P : 오빠 조금 더 마시고 가요
나 : 내일 약속이 있는데...
P : 쪼오끔 쪼오끔만 더 마셔요ㅎㅎ
M : 아,,, 저희 괜찮아요 오빠 가도 돼요.
다음에 또 봐요
P는 약간 취했는지 어리광이 심했고
오히려 막내인 M이 미안했는지 자리를
정리하려고 했다.
강아지, 키티 등 동물이나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옷들이나 물건들을 좋아하고
어린아이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녔지만
M은 의외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걸
조심스러워하고 어른스러워 보일 때가
많았다.
나는 집에가려고 M과 P에게 인사를하기
위해 일어났는데
밖에서 S가 문을 열어달라고 벨을 눌렀다.
손님이 만취해서 돌려보냈고 2시간 뒤에
단체 손님 예약이 있으니 다같이
돌아오라고 사장에게 연락을 받은 S가
양손에 술과 과자들을
잔뜩 사들고 신난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실 S와 M은 이쪽 일을 한국에서 처음
시작했고 한달에 1000만원 이상을
벌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죄책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손님들이 많은 것도 싫어했다.
물론 단골이 많다는게 자신들이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 되기도하고
한국인인 나로써는 공감은 안되지만
이들에게 이 직업은 일인 만큼
손님이 많다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게
되기도 해서 가끔은 자랑을 할 때도 있다.
몇 년 동안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태국인과 대화를
나눠봐도 대부분 이건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자연스레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이 문화차이 인걸까?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때도 있지만 몇 년간 태국인들과
교류하면서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이 부분에 대한것도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보겠다.
S가 돌아오면서 나는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갈 타이밍을 놓쳤고
얼떨결에 술자리가 다시 시작됬다.
우리에겐 2시간이 남아있다라는
그녀들의 분위기에 나도 휩쓸렸고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다보니 다들
취기도 오르고 흥도 올라있었다.
싸이월드 이후 나의 sns는 전역후에
했던 페북과 카톡, 카스가 전부였었다.
페북도 1년쯤 하다가 비활성화를 해놨고
카스도 삭제를 해서 T와 연락을 하던 라인을
제외하면 카톡만 남았었다.
이 당시에 스노우라는 카메라 어플과
틱톡이라는 어플을 알고는 있었는데
굳이 사용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동남아친구들에게 틱톡이 상당히
유행이였던 건지 M과 S가 틱톡을 돌아가며
촬영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신이 나서
여러가지 동영상을 찍었다.
이 때는 마냥 신났었는데
이게 T와 나의 이별의 원인이 되버렸다.
술을 다 마시고 집에와서 잠을 잤는데
나는 원래 술마시고 자면 3시간 안에
술과 잠이 모두 깨버린다.
조금 이른 아침에 깬 나는 시간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켰고 라인 알림이 뜬 걸
보고 T에게 온 연락이란 걸 알았다.
메세지창을 열어보니 T에게 영어로
이별통보가 와있었다.
메세지창을 위로 쭉 올려보니
T : 오빠 내일 몇 시에 봐요?
오빠 자요?
잘자요 티락♡
요런 메세지가 있었고 그 밑으로
오빠 아직 안자요?
오빠 지금 어디있어요?
뭐 하고 있어요?
다른 여자 있어요?
알겠어요
오빠는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선택했어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축하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행복하세요
오늘 우리는 만나지 않을겁니다
나는 오늘 휴무를 취소하고 일을 할게요
등의 메세지들과 이모티콘 스티커들이
몇 시간에 걸쳐서 전송되어 있었다.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무슨 일인지
도저히 이해가되지 않았다.
T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질 않았다.
원래 지금까지 살면서 한 여자와 장기간
연애를 해본적도 없었고 쉽게 연애를
시작했다가 쉽게 이별을 통보해었고
이별의 아픔이나 슬픔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억울하거나 아쉬운 마음도 없었지만
너무 황당한 상황에 얼떨덜했었다.
다만
살면서 처음 차여봐서였을까
아니면 3개월 정도를 만났고 분위기도
좋았었는데 갑자기 헤어져서였을까
나는 헤어진 이유가 너무 알고싶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몰랐는데
S, S의 친구들과 함께 틱톡을 찍었던게
갑자기 생각났지만 그게 헤어짐의 이유가
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더욱이 T가 그 영상을 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날 이후로 일 집 일 집을 반복하며
지냈고 가끔씩 S, S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었었다.
물론 그녀들은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었고 헤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T와 헤어지고 한 달 쯤 되었을 때였다
사무실 임대계약에 관한 건이라
T의 마사지샵 근처에서 고객과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였는데
T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바쁘게 지내기도 했고 T와 만났었던
기간이 엄청 긴 기간은 아니여서
T를 어느정도는 잊고 있었다.
T : 오빠 지금 어디에요?
나 : 지금 너희 샵 근처야 왜?
T : 잠깐 만날 수 있어요?
나 : 알겠어 주차하고갈께
T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나는 이게 무슨 드라마같은 타이밍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연라이 안되던 T에게 먼저 연락이와서
마음 한편으로는 다시 만나자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는 1층에서 기다렸는데 우리는 길이
엇갈렸었다.
T는 내가 주차한다는 말에 지하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다시 전화를 해왔다.
T : 오빠 왜 안와요? 또 거짓말?
나 :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나 1층인데 너 언제 내려올거야?
T : 오빠 주차한다면서요
나 지금 주차장있어요
나 : 아,, 그래 미안 여기 말고 다른
주차장에 주차했어...내가 내려갈게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나는
바로 주차장에 내려갔다.
오랜만에 봐서일까 그녀는 전보다 더
수척해져있었고 얼굴은 슬퍼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2개의 쇼핑백을 줬다.
T : 이거 그날 오빠 주려고 산건데
지금 줄게요
나 : 그날 왜 헤어지자고 한거야?
T : 오빠 다른 여자 있잖아요
나 : 내가 무슨 다른 여자가 있어
T : 나는 다 봤어요
오빠 여자 많아요 같이 술먹어
나는 순간 멍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몰라도
틱톡 영상을 T가 봤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 : 혹시 너 틱톡 본거야?
T : 네
나 : 야 그거 그냥 친구들이야
T : 오빠 거짓말 많아 있어요
나 안 믿어요
나 : 아니 거짓말 아니라니까...
T:나는 괜찮아요 오빠 좋은 여자 만나 돼요
오늘 나 여기 떠나요
나 : 여기 떠난다고?
T : 네 다른데 일하러 가요
나 : 어디로 가는데?
T : 안 알려줄거에요
그리고 T는 정말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서 여자가 이렇게 우는거 처음봤다
서글픈 눈물을 쏟아내는 T의 큰 눈은
너무 슬퍼보이면서도 아름다웠다.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 미안했고 안쓰러웠다.
※
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태국여자들은
질투와 의심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을 해버리면 어떤
말을 해도 절대 듣지도 믿지도 않는다.
T의 말대로 내가 바람을 피운것도 아니고
다시 만나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의 억울함만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하고
내 말을 믿지도 않을거 같았다.
그리고 서럽게 울면서 여길 떠난다는데
어떤 말을 해줘야될지 몰랐었다.
T : 지금 위에서 친구 기다려요
나 : 위에까지만 데려다줄게
T : 아니요 나는 혼자 가요
나 : 마지막인데 데려다줄게
T : 괜찮아요 오빠 나는 갈게요
그렇게 말을 하고 T는 비상구 계단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나는 그녀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 한동안 멍하니 비상구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에 쥐어져있는 2개의 쇼핑백을 봤다
하나는 하트 모양의 통안에 들어있는 레모나
또 하나는 선물용 포장지에 쌓여있는 작은
상자였는데 차에 돌아와서 풀어봤다.
한글을 잘 모르는 T가 적어놓은 메모가
레모나 통 안에 들어있었다
' 오빠 피곤할 때 이거 먹어요 비타민 '
포장지를 뜯고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거기에도 메모가 들어있었다.
' 오빠 이거 태국 파스 너무 좋아요 '
야몽이라는 파스가 같이 들어있었다.
선물을 보고나니 T가 울던 장면이
다시 생각났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묘한 기분과 함께 가슴이 먹먹했다.
뭔가에 홀린 기분이였다.
야몽이라는 파스는 가끔 사용했지만
레모나는 혼자 추억으로 간직하고싶어서
차에 싣고 다니면서 아무도 못 먹게 했다.
하지만 정말 허무하게도 몇 달 뒤에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병원을 간적이 있는데
먼저 차에 타고 있던 두 분이 통안에
들어있던 레모나 2묶음을 뜯어 버렸다.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남은 8봉도 뜯었고
차에 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T와는 이걸로 인연이 끝난건 아니다.
나중에 내가 페북 계정을 다시 활성화
하면서 T와는 연락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도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영상통화로 장난도치고 가끔은 만나서
밥이나 술을 먹는 오빠 동생으로 지낸다.
이 때의 일들은 이제는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는 추억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왠지 모를 미안함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