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편) 해산물을 싫어하는 태국동생과 연포탕 먹기
처음 p와 만났을 때는 잠시 만나고 헤어지는
많은 인연들 중 하나가 될거라고 생각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었다.
하지만
p의 라인을 보고난 이후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머리로는 빨리 정리하는게 옳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은 p를 챙겨주며 좀
더 만나고 싶은 느낌이 들었고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던거 같다.
그리고 뭐든지 쉽게 질려하고 항상 것들을
경험하거나 흔하지 않은 상황들을 원하던
나였는데 이 당시 일이든 사람들과의 관계든
모든게 지루하고 무료했었는데
p의 라인을 본 뒤로 나 혼자 드라마틱한
생각들을 했기에 p와의 만남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과거나 국적 그 외에 많은 요소들이
짧은 만남이든 긴 만남이 되든 언젠가
헤어질 운명이란 걸 예고했음에도
지금 당장 복잡한 생각들은 하지말고
만나는데까지 만나기로 했고
그동안은 좋은 추억만 쌓고 싶었다.
그래서 p에게는 라인에서 게시물들을 봤다는
말을 굳이 하지는 않았고
p가 아이나 남편 그런 과거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p가 거짓말을 해도 모른척 넘어갔었다.
우리는 주로 저녘에 식사를 같이 하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만나서 산책을 했다.
그래서 p와 꽤 많은 식당들을 다녔고 처음
가보는 곳들도 많았고 처음 경험해보는것도
많았기에 p와의 만남은 매번 새로워서 좋았다
가끔은 주중에도 모텔에서 같이 자고
아침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기도 했고
매주 일요일엔 같이 잠을 잤었다.
이 날도 퇴근 후 P와 만났는데
M이 휴무날이라고했다.
M은 휴무때 하루종일 잠만 잔다며
P가 M과 함께 저녘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ok했고 p는 m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는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m은 아무거나 괜찮다고했다.
예전 여자친구인 T와 p가 해산물을 좋아해서
나는 태국사람들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p와 몇 번 가봤던 동태탕 집으로 갔다
하지만 태국은 지역마다 자주 먹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도 달랐다.
그리고 저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른게 당연했는데
m은 해산물을 싫어했고 초딩 입맛이라
과자 피자 치킨 등의 음식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는데
이미 도착한 터라 m은 자신은 괜찮다며
그냥 먹자고 했다.
m은 해산물도 좋아하지 않지만
생선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했다.
그래서 우리는 낙지 연포탕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자 나는 낙지를 자르고
앞접시에 담아서 p와 m에게 건네주었다.
p와 m 둘다 감동적인 얼굴로 즐거워했다.
( 태국여자들은 사소한 배려에 감동한다)
p와 나는 맛있게 먹기 시작했는데
m은 깨작깨작 먹다가 식사를 멈추고
핸드폰 삼매경에 빠졌다.
약간 미안하기도하고 피곤하기도했다.
어린아이와 외식을 할 때의 부모님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P는 대부분의 한국음식들을 잘 먹었고
다양한 한국음식들을 먹어보는 걸 좋아했다.
한국에선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는 나의
주입식교육 때문인지 입맛에 맞지 않아도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하는 모습이 좋았다.
이 날은 m 때문인지 맛있게 음식을 먹는
p의 모습이 다른날 보다 더 좋았다.
식사를 어느 정도 했을 때 식당 이모님이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라며 비닐에 쌓인
밀가루 반죽을 가져다 주셨다.
나는 p에게 수제비를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p가 수제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손가락에 찐득하게 달라 붙는 반죽을 보며
재밌어하며 수제비를 계속 떴다.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 있던 m도 이 모습을
보자 낄낄대며 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수제비를 뜨는 두 사람은 정말 해맑은
유치원생의 모습이였고
나는 마치 어린 두 딸의 재롱을 보는거 같은
흐믓한 기분으로 지켜보기만했다.
수제비를 많이 떴고 탕 속에서 불면서
동동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재밌는 광경을 본 것 마냥
또 다시 낄낄대며 즐거워했다.
다만 m은 당연히 먹지않았고
p도 배가부르다고했다
나는 원래 수제비를 좋아하지도 않고
이 두사람이 만드는 과정을 봐서인지
도저히 수제비에 손이 가질 않았다.
우리는 결국 음식들을 남기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