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편) 타이마사지 사장님과 같이 술을 마시다
이 날은 마사지업소 사장님과 어쩌다보니
같이 술을 한 잔 하게 된 날이다.
일주일에 2일 정도 일하는 p가 어느날부터
아침과 밤에 자꾸 나가서 다른 친구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었나보다.
남자친구가 생긴 걸 알게된 사장님은
p의 편의를 조금 봐주긴 했었다.
굳이 지명예약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관리사로
예약을 바꿔주거나 밖에 있다가 조금 늦어도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p와 함께 차안에 있다가
편의점을 가려고 나왔는데
p가 멈칫하더니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p의 사장님이 주차장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샵에 갔을 때 사장님을 몇 번 봤었다.
하지만 사장님과 실장이 돌아가면서
일했었고 내가 자주 간 것도 아니고 p와 사귄
이후로는 거의 안가서 몰라봤다.
누구냐고 묻는 나의 말에 p는 사장님이라고
대답했고 그러고 나서 사장님이 우리쪽을 봤다.
p는 처음엔 모른척 조용히 넘길려고 했던 것
같은데 사장님이 쳐다보는 순간 손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사장님을 어디가요라고 외쳤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없었지만 사장님은
뭔가 민망하고 쭈뼛거리는 눈치로 수줍게
손을 흔들고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담배를 사러 갔던 것 같다.
돌아오던 사장님은 우리와 마주쳤고
나와 사장님은 어색하게 인사했다.
사장님은 p에게 좀 더 쉬다가 천천히
올라오라고 말하고 가게로 돌아갔다.
p와 나는 편의점에 갔는데 그 날은
편의점 사장님이 일을 하고 있었다.
p는 젤리와 과자 음료수를 샀는데 양이 많아서
내가 왜 이렇게 많이 사냐고 물었더니
한 번에 많이 사서 다른 사람들도 나눠주고
조금씩 먹는다고 했다.
몇 년간 경험에서 말하자면 다른 태국 여자들도
한 번 살때 왕창 사서 두고두고 먹는다.
태국여자들 과자, 젤리, 탄산음료 엄청 좋아한다
살 뺀다면서 밥은 안 먹어도 과자는 먹는다.
편의점에서 나와서 m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p는 잠깐 가게에 갔다 온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p가 내려왔고
가게에 같이 가서 술 마시겠냐고 물었다.
?!?!?!?!?!?!?!?
이게 뭔 소리여
나는 또 어리둥절해졌고 p에게 물었다.
나 : 마사지샵에서 술마시자고?
p : 네
나 : 나 거기서 술 마셔도 돼?
p : 네
나 : 너네들 쉬는 방에서?
P : 아니요 오늘 손님 없어서
사장님, 실장님 지금 술마셔요
M하고 R도 술마시고 있어요
나는 그 자리에 내가 가면 나도 그렇고
사장님도 불편할 것 같았다.
나 : 내가 가면 조금 실례될거 같은데
p : 괜찮아요 내가 사장님한테 물어봤는데
오빠 같이 와도 된대요
말은 그렇게 해도 예의상 말한 것 같기도
하고 태국애들 말은 어느정도 걸러 들을 때라
담배를 피우며 머뭇거리다가 갔다.
사장과 실장님은 덩치도 있고 조금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말투가 되게 나긋나긋했다.
나를 보고 몇 번 오신거 봤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솔직히 소주를 안 좋아 하는데
맥주는 박스채 사서 꺼내 놓았기 때문에
미지근한거 밖에 없었고 소주를 마셔야했다.
사장님들은 타이마사지를 운영하지만
태국어를 잘 모르는 듯 했다.
자주 쓰는 기초적인 단어들 몇 가지만
경상도의 '마' 억양으로 가끔씩 썼다.
그리고 관리사들하고 많이 친한지
한 번씩 친구들이 놀리면 윽박지르듯이
대꾸 했지만 친구들은 익순한 듯 꺄르르거렸다.
사장님은 마사지샵을 차리기 전에는
오랫동안 노래주점을 운영하셨다고 하는데
돈은 많이 벌었지만 술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는게 질려서 마사지업소를 차렸다고한다.
처음 이 동네에 차렸을 땐 3군데 정도 있어서
그럭저럭 벌었는데 지금은 2군데가 폐업을
하고 경쟁업소가 아예 없어서인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없다고한다
예전엔 관리사들과 같이 식사하거나 종종 술도
같이 마셨다는데 이제는 너무 바빠져서 거의
한 두달에 하루 정도만 자리를 한다고 한다.
뜬금없이 이 날 처럼 아예 한가한 날이 간혹
있는데 이런 날에 관리사들과 가게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나는
P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사장님은 말을 아낀건지 자세히 모르는 건지
p의 좋은 점만 얘기를 해줬고 가끔 자신과
티격태격한다며 농담식으로 파이터라고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다들 피곤한지
하나 둘씩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