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0. 17:11 Thai/한국에서의 태국경험
22편) 태국여자친구와 무한리필 삼겹살 먹은 날
연어식당을 운영하면서 매주 일요일은
가게문을 열지 않았었다.
나의 가게는 빌라촌에 위치한 원룸상가여서
주말에도 매출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 주인이 주말이 오히려 매출이 적다고했다.
포스기에서 매출을 봐도 그러했다.
하지만 나는 2주정도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봤는데 손님이 거의 없었다.
주요 고객층이 직장인이고 퇴근 후 와서
식사하면서 술을 한잔 하는 곳이여서인지
쉬는 날은 손님이 없었고 전 사장님도 일요일엔
열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우리가게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잡혀있는 듯 했다
2주동안 손님들께 의견도 듣고 홍보겸해서
일요일도 문을 열면 어떻겠냐고 물었었는데
손님들의 의견도 일요일은 힘들거라고했다.
그래서 일요일은 정기 휴일을 유지했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은 교회가 끝나면 p를 만났다.
이 날도 가족들과 교회에 갔다가
예배를 마치고 p에게 연락을 했다.
P는 일을 마치고 M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나 : 밥 먹었어?
P : 과자 먹었어요
나 : 과자말고 밥을 먹어야지
P : 오빠하고 같이 먹어요
나 : 지금 배고파?
P : 쪼끔
나 : 알겠어 나 지금 교회 끝났는데
밥 안먹고 바로 갈게 준비하고있어
P : 지금?? 몇 분요?
나 : 5분?
P : 오빠 너무 빨라요,, 천천히 와요
나 : 10분 줄게
사실 교회에서 p가 있는 곳까지 3분이면
도착했기에 나는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p를 기다렸다.
p가 도착했고 우리는 차에 타서
뭘 먹을지 상의했다.
p는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이 당시 나는 무한리필집을 좋아했고
배가 너무고픈 상태였다.
그래서 p에게 무한리필에 대해서 설명했고
p는 가보고싶다고했다.
태국에서는 차가 소중한 재산이고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 태국에서는 혼다, 도요타 같은 일본차를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차 사진이나 차안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자주 올린다.
수 많은 태국 여성들이 싱글인척 하기에
남자와 같이 있는 사진은 올리지않고
혼자찍은 셀카만 올리는거 같다.
자취촌에 위치한 이 무한리필집은 자취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가성비 좋은 곳이다.
고기의 종류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있고
주방에서 8가지 종류의 고기를 접시에
담아서 올려 놓으면 먹고 싶은 고기의
접시를 들고와서 먹으면 된다.
p가 어떤 부위난 양념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한 접시씩 전부 먹었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식당에서 일도 해보고
여행도 종종 다녔던 p는 미식가인 편이고
음식을 먹는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p가 허브가루가 뿌려진
삼겹살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패삼겹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했다.
그 이후로 p는 대패 삼겹살만 가져왔고
나는 삼겹살과 목살만 가져왔다.
나는 고기를 굽고 잘랐고
p는 야채를 담당했다.
나는 이 당시에 무한리필집에서 대패삼겹살을
먹을 때 굳이 자르지 않고 한 줄 씩 먹었다.
대패삼겹살이 얇기에 여자인 p도 가능할거
같아서 p에게 권유해봤다.
나 : p야 한국에서 대패삼겹살은 자르지않고
한 줄을 통째로 먹어
p : 오빠 거짓말
나 : 진짜야 내가 먹는거 봐봐
나는 한 줄은 집게로 집어서 쌈장에 찍고
통째로 먹었고 한 줄을 다시 집어서
쌈을 싸서 먹었다.
나 : 봤지? 대패삼겹살은 통째로 먹는거야
그래야 더 맛있어
p :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먹어요?
나 : 물론이지 못 믿겠으면 사장님한테
물어봐도돼
p : 아니요ㅎㅎ 물어보지마요
p도 한 줄을 집어서 통째로 먹었는데
약간 불편해 보였다.
나 : 음.. 너는 한국인이 아니라서
잘 못먹는구나
p : 아니요 먹을 수 있어요
자존심도 강하고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p가 계속 한 줄로 먹으려 했고
p가 체할까봐 걱정이되서 나는 대패삼겹살을
전부 반절로 잘라버렸다.
p가 배부르다고 말했지만 나는 양이 덜찼고
여기에 오면 항상 몇 접시 이상은 먹어야
한다는 친구들과의 바보같은 룰을 항상 지켰다
그래서 혼자 몇 접시를 더 먹었고
약간 남은 고기와 쌈장으로 볶음밥을 만들었다.
p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내가 볶음밥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맛이 궁금했는데 p가 몇 숟가락 떠 먹었는데
입맛에 맞는지 배부르다던 p도 나와 같이
볶음밥을 먹었다.
쌈장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아마 맛을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을까싶다.
p와 같이 먹어서인지 볶음밥도 모자랐고
나는 한 번더 볶음밥을 만들려고 했는데
p가 자기가 만들어 본다고 했다.
p가 만든 볶음밥은 밥과 고기의 양에 비해서
쌈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짰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식당 근처를 산책했는데
건물 외관이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모텔을
보더니 p가 조금 쉬자고 했다.
나도 식곤증이 밀려왔기에 조금 자고싶었다.
유료주차장에 있던 차를 꺼내서
모텔로 돌아왔다.
차안에 탔을 때 옷에서 고기 냄새가
많이 느껴졌었다.
차 안에는 지난번에 p가 놓고간
옷들이 몇 벌 있었고 p는 방에 들어와서
갈아입었다.
나도 너무 찝집해서 갈아입고 싶었지만
옷이 없어서 옷을 벗어버렸다.
(너무 상쾌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내가 너무 옷을 벗고 너무 상쾌해하자
p도 불을 끄고 속옷만 입고 내옆에 누웠다.
첫 나의 태국여자친구였던 T와는 다르게
P는 처음 나와 같이 잤던 때만 부끄러워했고
그 이후로는 우리는 같이 잘 때 중년 부부처럼
털털하게 옷을 벗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내숭을 떨진 않았다.
그렇게 3~4시간 잠을 잤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많이 먹은 상태에서 누웠기 때문에
배가 좀 더부룩했지만 꿀잠을 잤나보다.
내가 인터폰 받는 소리에 p도 일어났고
잠에 취한건지 나가기 싫었던건지
p는 오늘은 여기서 자면 안되냐고 물었다.
솔직히 나도 조금 귀찮아서 그러고 싶었지만
동네에서 잘 때와는 다르게 여기는 거리가 좀 있는
곳이여서 다음날 오전에 p를 데려다 주려면
엄청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나가자고했다
우리는 부랴부랴 옷을 입고 나왔다.
나와 보니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동네에 도착해서 집으로 갈지 같이 잘지
p와 상의하고 있는데 하수구 냄새가 들어와서
내기 순환으로 바꿨고 날씨가 습해서 그런지
차유리에 습기가 차버렸다.
p는 대화를 멈추고 낙서를 시작했다.
P♡Kim라고 적고 난 뒤 즐거워 했고 어린아이
같은 그 모습에 나도 흐믓했다.
나는 어린시절 아버지 차에서 낙서하던게
생각났고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였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p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낙서를 시작했다.
p도 콩글리쉬를 제법 잘 했기에 우리는
주로 영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했었다.
p가 적은 me can not forget you를 보고
한국식 영어를 배운 나는 문법이 틀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의미만 전달되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저렇게 생각을 했는데
마음으로는 뭔가 뭉클한 기분이들었다.
p의 라인게시글들을 봐서였는지
또 혼자 뭔가 드라마틱한 느낌이 들었다.
p와는 좋지 않게 헤어지긴 했지만
p와 함께 다니며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고
사소한 부분에서 참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고
고마운 부분이 많다.
그렇게 낙서를 끝 마친 p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p : 킴 만약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나는 널 평생 잊을 수 없을거에요
나 : 나도 아마 똑같을거 같다.
P : 만약 당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거나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
나는 아무 말없이 떠날거에요
나 : 왜 떠나? 말은 왜 안하고 떠나?
P : 이건 나의 스타일입니다.
당신이 나로 인해서 곤란해지지 않길 바래요
나는 괜찮아요
그래서 나는 말 없이 떠날거에요
나 : 음... 다른 여자 안만날거야
그리고 아이는 지금 생각하지 말자
갑작스러운 내용에 나는 조금 놀랐고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그녀가 안쓰럽기도했고
고맙고 미안한 여러가지 감정들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아이가 생겼나라는 생각도 들고
나와는 아이가 생겼을리가 없는데 만약
지금 아이가 생겼다면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 너 지금 임신 했어?
P : 아니요 임신 안했어요
나 : 진짜야
P : 진짜에요. 오빠 걱정되요?
나 지금 남편 없는데 어떻게 아이 만들어요?
나 : 알겠어
p : 그리고 오빠 아이 임신해도 나 말없이
태국으로 돌아갈거니까 걱정말아요
나는 괜찮아요
나 : 야 말은 해줘야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벼운 만남에서
진지한 만남쪽으로 마음이 변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이런 대화들을 하다보니 그녀에 대해서
알쏭달쏭한 느낌이였고 머리가 복잡해져서
일단은 아무 생각하기 싫었다.
나 : 지금은 머리 아픈 생각 하지 말자
p : 그럼 나중에 오빠 나 버릴거에요?
나 : 아니 안 버릴게 일단은 쉬자
지금 너무 피곤해
p : 오빠 나 사랑하는거 맞죠?
나 : 응~ 사랑해 이제 집이든 모텔이든
쉬러 가면 안될까?
p :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나 : 사랑해~~ 쪽
이게 태국 스타일인가 싶었는데
약간은 오글거리는 한국의 옛날 감성과
비슷한 느낌이였다.
( 응답하라 감성? )
나는 p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뽀보를 해줬다.
그렇게 나는 차에서 나올 수 있었고
p와 모텔에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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