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kao :: 33편) 내 인생 처음으로 두리안을 먹었던 날


아시아마트 앞에서

저녘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는 형에게

안부전화가 왔다.

 

그 형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형인데 여러가지

사정이 생겨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나에게 알바를 권유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며 지금 형이 하고있는 일들을

형에게 일들을 배웠었고 지금 백수인 상태라서

일도 하고 오랜만에 이 형을 보고싶어서

알겠다고 대답을 했었다.

 

형은 성남현장에 있었는데 주말에 평택에

있는 현장에 들어간다고 그 때 오라고했다.

 

갑자기 나는 타지에 가게되었고

태국인여자친구 p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p는 내가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축하하면서도

내가 멀리가기도하고 오래 있다 오는 줄

알았는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평택에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하길래 나는 2주 정도뒤에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자 p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p와 뼈해장국 집에서

금요일 저녘이라 p는 마사지샵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일요일에 평택으로 떠난다고

사장님에게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p가 좋아하는

뼈해장국을 먹고 바로 모텔에 갔다.

 

방안에서도 p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건설업을 하러 간다는 나를 걱정하며

다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뭔가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계속 감돌았다.

 

사실 2주 뒤면 다시 만날 텐데 p는 혹시라도

내가 안 돌아올 거라는 생각도 했나보다.

 

그래서 p는 애써 밝은 척 장난을 치고

환하게 웃었지만 내 눈엔 슬퍼보였다.

 

 

그리고 p는 한 동안 서로 만나지 못 할거라는

생각에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 날 밤에는

레슬링을 전투적으로했다.

 

3라운드 까지 갔던 것 같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곧 퇴실시간이였다.

 

슬슬 준비하고 나왔지만 잠이 덜 깨서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셨었다.

 

중국음식을 처음 먹는 p

카페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배가 고파졌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태국에도 카오팟이라는 볶음밥이 있어서

태국사람인 p의 입맛에도 맞을거 같았다.

 

그래서 자주 시켜먹던 중식집에 갔다.

 

p에게 볶음밥 말고 다른 메뉴도 경험시켜주고

싶어서 나는 볶음밥을 골랐고 p에게 한 가지를

고르라고 했는데 p는 잡채밥을 골랐다.

 

이 식당은 메뉴가 엄청 많았는데

자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잡채밥 등

가장 대중적인 메뉴 몇 가지만 사진이 있었다.

 

p는 잡채밥 사진에 있는 버섯과 야채들을

보고 잡채밥을 고른 것 같았다.

 

메뉴가 나왔고 나는 p에게 볶음밥을 조금 먹어

보라고 했는데 p는 태국의 카오팟과 다르다며

잡채밥만 먹었다.

 

정확하게는 잡채밥이 아닌 잡채만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p가 핸드폰을 보더니

두리안이 먹고 싶다고 했다.

 

(두리안은 동남아에서 인기있는 과일이다.)

 

이 때는 몰랐는데

이 시기에 두리안을 많이 먹는 시즌이고

사람들이 두리안 사진을 많이 포스팅해서

p도 두리안을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나는 두리안이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갖고 있다는 내용을 tv에서 본게 생각났다.

 

그래서 어떤 맛과 향이 나는지 경험하고 싶었다.

 

이 당시에는 한국에서 외국인 마트가 있는 줄

잘 몰랐기도 하고 두리안 같이 생소한 과일이

한국에서 파는 줄 몰랐었다.

 

그래서 대형마트 같은 데는 혹시라도 팔까

싶어서 검색을 했었는데 국내에 수 많은

외국인 상점들이 있었고 가게 사진이나

리뷰를 보니 두리안을 취급하는 곳도 많았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아시아마트로 향했고

주차장에서 위치를 다시 검색하고 찾아갔다.

 

사실 인터넷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 주변에

외국인 마트가 몇 군데 더 있었다.

 

아시아 마트안에는 여러가지 채소와 고기

그리고 동남아시아 물품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고향 물건들을 보며 신난 p가

나에게 여러가지 물건들을 설명해줬다.

 

p는 야돔과 태국라면 그리고 통조림에

들어있는 람부탄을 샀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베트남여사장님이

계산할 때 어설픈 한국말로 얼마라고했고

한 번더 체크 하려는 듯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산기로 얼마인지 보여주었다.

 

밖에 나오면서 두리안을 보고 p에게

두리안은 안 사냐고 물어보니

여기는 두리안 상태가 안 좋다고 했다.

 

오면서 봤던 다른 가게의 두리안이

조금 더 상태가 좋다고 그걸 사러갔다.

 

(p의 가족들은 예전에 두리안 농장을

운영했기에 p는 두리안에 빠삭했다.)

 

다른 가게의 사장님도 베트남여자였는데

그 분은 한국말이 꽤 유창했다.

 

두리안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고

처음 사보는 나는 가격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아무리 바다건너 왔다지만 한 덩이에

4~6만원 정도는 비싸다고 생각했다.

 

p는 3덩이를 샀고 베트남여사장님은

가격을 말해줬다.

 

p가 카드로 계산하려고 하자 카드는 수수료

나가니까 안 된다고 현금을 달래서

현금 지금 좀 모자란다고 하니까

ATM 저 쪽에 있다며 뽑아오라고 했다.

 

조금 기분 나빠서 다른데서 산다고 두리안을

내려 놓고 가려는데 다른데는 두리안

상태가 안 좋다고 여기서 사라고

조금 깍아줄테니까 현금 뽑아오라고했다.

 

날씨도 덥고 조금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현금 뽑아서 결제했다.

 

p는 두리안을 먹으려면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두리안을 가지고 동네에 있는 마사지샵에갔다

p는 두리안을 벗겨서 친구들에게 조금

나눠주고 우리가 먹을 만큼 싸온다고했다.

 

나는 오전에 갔던 카페에 다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30분도 넘어서 p가 돌아왔다.

 

카페에서 먹기에는 조금 그랬고

다음날 내가 떠나야했기에

 

우리는 모텔로 다시 돌아왔다.

 

현지에서 먹는 것과는 상태가 다른 건지

모텔에서 맛 본 두리안의 맛은 그냥 그랬다.

 

아주 약간 달달 했지만 물 처럼 거의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식감은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휘핑크림보단

단단하고 치즈크림보다는 묽은 식감이였다.

 

엄청 맛있지도 않고 냄새도 별로 안났다.

 

기대했던 것과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

너무 허무했었고 자꾸 떠먹여 주려는 p에게

안 먹는다고 말하고 혼자 누웠다.

 

 p는 맛있다며 혼자서 열심히 먹었다.

 

더운 날씨에 여기저기 다녀서 그런지

두리안을 먹어서 그런지 너무 더웠다.

 

그래서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쐬며 모텔에서

쉬다가 저녘에 배달음식 시켜먹으며

다음날 아침까지 모텔에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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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oT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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